자유

코매 문학 : 태원과 포도

· 2026-06-02 05:40 · 조회 72




가정사로 어머니 따라 흘러 들어온 낯선 동네 단칸방은 늘 축축했고, 

학교에서 나누어 주던 우유 급식 신청서조차 내밀기 부끄러울 만큼 집안은 가난했다. 

왜소한 체구에 가난이 들킬까 두려워 입을 꾹 닫아버리던

'안경 낀 까까머리 아이'


교실 속에서 나는 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경찰과 도둑'하거나, '민수'를 찾기도 하고

유행하던 '메이플'이야기를 나누며 상상 속의 모험할 때, 


나는 책상 엎드려 자는 척했다. 

사실은 책상 뒤로 아이들의 이야기 훔쳐 듣고 있었다. 

나도 그 또래 무리에 섞이고 싶었다. 


나 역시 그 '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야, 너는 메이플 안 해?”


어떤 반 아이가 툭 던진 한마디에 내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다. 

하지만 집에 컴퓨터가 없다는 구차한 진실을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초라함이 밀려오자.


“난 그런 거 안하는데?”


반갑기도하여 내심 들뜬 마음에 하이 텐션으로 말해버렸고, 

타인이 듣기에 퉁명스럽고 화난듯이 말 뱉은것이었다.

아이는 무안한 표정으로 돌아섰고,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어느날 안방 눅눅한 이불 아래에서 기적처럼 동전 두 개가 발견했다.

오백원 2개

용돈 한번 받아본 적 없는 내 생에 첫 '밑천' 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가까운 PC방을 두고 먼 동네의 어둡고 후진 PC방을 찾아 걸었다. 

아는 친구를 만날까 두려워 숨어 들어간 지하 PC방은 퀴퀴한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한 시간에 800원

자리에 앉아 아이들이 말하던 그 게임을 켜기까지,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화면 속에 나만의 캐릭터를 멋진 '토벤머리' 로 만들고,

수없이 상상해 온 거창하고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zx지존파워태원zx



주사위를 굴려 최대한 완벽한 능력치 'STR 10'를 목표로 맞추려는 그 순간 동안, 

내 세상의 주인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시간은 가혹했다. 

게임 다운받고 주사위 굴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린 탓이었다. 

화면 구석에 [남은 시간 15분]이라는 글자가 떴을 때, 눈앞이 아득해졌다. 

허겁지겁 움직여 보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야속하게 흘러간 시간의 결과는 'Lv10 초보자'

나는 어두웠던 PC방 밖으로 쫓겨났다.




다음 날 교실은 여전히 어제와 같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메이플 세계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슬그머니 그 주변을 맴돌았지만, 누구도 안중에 없는듯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제 그 어두운 PC방에서 보낸 시간, 손에 땀을 쥐며 만들었던 

그 멋있는 캐릭터가 순식간에 아무 가치도 없는 빈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다시 마음의 성벽을 높이 쌓아 올렸다.


'저렇게 시간 낭비하는 애들이 한심한 거지.'


가질 수 없는 것을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나는 그걸 너무 일찍 배워버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상 전체를 '신포도'로 만들어버린 채, 





몰래 반을 나와 마음 한켠 빈 속을 채우러 '수돗물'을 허겁지겁 마셨다 


터덜터덜 걷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짤랑 소리가 울렸다.

차마 쓰지 못하고 남겨둔 초라한 잔돈  200원이 외로운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깨져버린 알 속으로 다시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의 고요한 공상 속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내 유년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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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HOT 댓글
  • HOT 17시간 전 2
    다음편 갖고와!!!
  • HOT 14시간 전 2
    와 짭코매조차 찐코매보다 더 나음ㅋㅋㅋㅋ
  • HOT 15시간 전 1
    아니 저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과기대가서
    10년 농구하다가 병신이 되다니
    이딴 서사가 어딨어?
  • HOT 17시간 전
    다음편 갖고와!!!
  • HOT 15시간 전
    아니 저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과기대가서
    10년 농구하다가 병신이 되다니
    이딴 서사가 어딨어?
  • HOT 14시간 전
    와 짭코매조차 찐코매보다 더 나음ㅋㅋㅋㅋ